2018년 6월 7일, 개관 1주년 전시 죄의 정원 <오프닝 퍼포먼스: 정원산책자>에는 유한솔(안무가)과 키라라(전자음악가)가 참여하고, 아라홈그라운드에서 ‘쾌락의 동산’이 연상되는 상을 차렸습니다.
먼저 유한솔은 공간의 안과 밖을 차례로 돌아다니며 즉흥 퍼포먼스를 펼칩니다. 공간 앞 일방통행 도로는 그의 무대가 되었고, 그는 주변에 버려진 쓰레기를 소품으로 사용합니다. 또한, 그의 돌발행동으로 퍼포먼스를 구경하는 관람객은 예상치 못하게 그의 공연에 참여하게 됩니다. 이때 사람들의 반응과 표정이 인상적입니다. 다소 불쾌한 듯 인상을 찡그리는 길 위 행인과 그의 우스꽝스러운 동작에 웃음을 터뜨리는 관람객, 혹여 다치지 않을까 우려스러운 눈길로 쳐다보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그의 즉흥적이고 다채로운 동작만큼 감상자의 반응도 가지각색이었습니다.
전시실 안으로 들어간 유한솔은 인상파 작곡가 모리스 라벨이 작곡한 <볼레로(Boléro)> 음악과 전시 주제인 히에로니무스 보쉬의 <세속적인 쾌락의 동산>을 배경으로 ‘죄’를 탐닉합니다. <볼레로>는 러시아 출신무용가 루빈시테인에게 의뢰받아 작곡한 ‘발레 음악’이자, 유한솔이 모리스베자르발레단의 볼레로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곡입니다.
이 곡의 특징은 끝날 듯하면서 끝나지 않는 곡이 계속 반복되면서 감상자로 하여금 지루함과 동시에 긴장감을 유발합니다. 유한솔은 곡의 구성처럼 거의 똑같은 동작을 반복하면서도 알 수 없는 시선처리와 목을 쓰다듬는 행위의 변주를 주며 약 14분 동안 퍼포먼스를 선보입니다. 그는 “지루함 속에서 관람객에게 생각의 여백을 주고 싶다”고 말하며 자신의 행위를 관람하는 감상자에게 각각 다르게 해석될 수 있는 여지를 남겨 둡니다.
네 개의 기네스 맥주와 책, 선거용 우편물, 휴지, 그리고 전시 주제인 히에로니무스 보쉬의 <세속적인 쾌락의 동산>이 그의 무대의 소품이 되었습니다. “인간의 한계를 도전하는 기네스북과 신에게 도전하는 바벨탑을 생각하”며 그는 기네스 맥주캔 네 개를 쌓습니다. 이어서 그는 손에는 따지 않은 맥주캔을 들고 위아래로 흔들며—마스터베이션을 연상케 하는— 곡이 끝날 때까지 계속됩니다. 음악이 끝나자마자 그는 맥주캔을 따버림으로써 죄를 짓습니다. 감상자는 숨 가쁘게 그의 움직임을 따라가다 그가 고통에서 해방되는 순간, 묘한 안도감과 쾌락이 동반하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어서 ‘예쁘고 강한 음악’의 키라라는 1시간 동안 전자음악을 선보였습니다. “키라라는 예쁘고 강합니다. 여러분은 춤을 춥니다.” 키라라의 시그니처 사운드는 관람객에게 ‘주문’을 겁니다. 날카롭게 빠른 비트가 스피커에서 흘러 나오자마자 주문에 걸린 사람들은 빠른 비트와 함께 몸을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빠르고 강한 비트 속에서 유머스러운 키라라의 음악은, 이날 퍼포먼스에서도 여러 소스를 매쉬업하여 때로는 귀엽고, 때로는 강한 면을 음악으로 연주하며 본인의 장기를 십분발휘합니다. 가끔 예상하지 못한 음악의 변주는 키라라의 노련함이 돋보이는 동시에, 감상자에게 청각적 카타르시스를 선사합니다. 키라라의 음악과 함께 펼쳐진 보쉬 작품 중에서도 쾌락을 탐닉하는 군중의 모습이 더욱 부각되는 듯한 인상을 줍니다.
이날 오프닝 퍼포먼스에서는 아라 홈그라운드에서 ‘쾌락의 정원’ 음식을 선보였습니다. 아라 홈그라운드는 빨강, 초록, 노랑 등 다채로운 색깔의 과일을 비롯한 다양한 식재료로 쾌락의 맛을 구성하였습니다.
제목: <죄의정원> 전시 연계 ‘정원산책자’ 오프닝 퍼포먼스
주관: 엘리펀트스페이스
후원: 서울문화재단
아티스트: 유한솔, 키라라(KIRARA)
케이터링: 아라 홈그라운드
일시: 2018년 6월 7일(목) 오후 7시 30분 - 9시
장소: 엘리펀트스페이스
전시일정: 2018년 6월 7일 - 6월 30일
예매: https://www.elespace.io/pay/page/e/program/page/68
전시문의: info.elespace@gmail.com
본 전시는 서울문화재단 지원을 받아 제작되었습니다